라이프스타일 시사

현충일 아침, 고속도로에서 본 부동산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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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아침,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5시간 30분이라는 뉴스가 떴는데, 내비게이션은 4시간 50분을 찍고 있었다. 그 사이에 사고 한 번만 나도 6시간은 기본이다. 현충일 나들이 인파에 고속도로 혼잡…서울→부산 5시간30분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왜 사람들이 명절이나 공휴일마다 귀성길에 치여야 하는지 생각해봤다. 사실 이 현상은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집중 현상이 낳은 구조적 모순이다. 서울에 직장이 있고, 지방에 고향이 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선택한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지방에서 태어나 서울로 올라와 살다가 다시 지방으로 내려온 입장에서, 이 길은 매번 묘한 감회를 안긴다. 특히 휴게소에서 본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를 둔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김밥을 먹고, 노부부는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가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듯 보였지만, 각자의 사연은 다를 터였다. 어떤 이는 1년 만에 고향에 가는 중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단순히 나들이를 나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피로와 기대가 섞여 있었다. 고속도로가 막히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 인구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살고, 나머지는 지방에 흩어져 있다. 명절이나 연휴가 되면 이들이 한꺼번에 이동한다. 철도는 이미 매진이고, 비행기는 가격이 비싸니 자동차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굳이 고향에 가려 할까? 부모님 얼굴 보려고, 어릴 적 추억을 찾으려고, 아니면 그냥 도시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려고. 그런데 그 이면에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이 숨어 있다. 도로 확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작년 추석 연휴 동안 고속도로 교통량은 하루 평균 500만 대를 넘었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수천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연료 낭비, 시간 손실, 환경 오염까지 고려하면 그 비용은 더 커진다. 그런데도 우리는 매년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왜일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서울 부동산 시장은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같은 날, 서울 행당동 서울숲한신더휴아파트 114㎡가 19억6500만원에 거래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서울 행당동 서울숲한신더휴아파트 114㎡ 19억6500만원에 거래라는 기사를 보면서, 좀 전에 고속도로에서 느꼈던 ‘지방과 서울의 괴리’가 또렷해졌다. 이 아파트는 지하철역과 가깝고 서울숲이 인접해 입지가 좋다. 그런데 19억원이면 지방에서는 200평짜리 단독주택을 살 수 있는 돈이다. 서울과 지방의 자산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내가 사는 지방 도시에서 19억원이면 강가에 있는 대저택을 살 수 있다. 정원이 딸린 집, 차고 두 대 넣을 수 있는 집, 아이들이 뛰어놀 마당이 있는 집. 그런데 서울에서는 30평대 아파트 한 채에 그 돈이 다 들어간다. 이걸 보면, 같은 나라에서 사는 게 맞나 싶을 정도다.

사실 이 아파트는 얼마 전인 5월에도 거래가 있었다. 당시 114㎡가 17억8000만원에 팔렸는데, 한 달 만에 2억원 가까이 올랐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인데도 말이다. 이걸 보면 서울 부동산은 정말 수요가 탄탄하다는 생각이 든다. 행당동은 원래 성동구에서도 조용한 편이었는데, 서울숲 조성 이후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주변에 카페도 많아지고, 젊은 부부들이 많이 들어온다. 나도 가끔 그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서울숲을 한 바퀴 도는데, 공원이 참 잘 조성됐다. 그런데 이런 좋은 환경이 결국 집값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지난주에 우연히 그 근처를 지나면서 예전에 살던 동네를 방문했는데, 10년 전만 해도 낡은 빌라와 주택가였던 골목이 세련된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부동산 중개소 앞에 붙은 매물 가격을 보니, 소형 아파트도 10억원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 변화 속도가 무섭다.

그렇다면 왜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를까? 원인은 여러 가지다. 첫째, 서울은 일자리와 교육, 문화 인프라가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다. 좋은 직장, 좋은 학교, 좋은 병원, 좋은 공연장 모두 서울에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서울의 사업체 수는 전국의 약 20%를 차지하고, 대기업 본사의 70% 이상이 서울에 위치한다. 둘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재건축 규제, 토지 부족, 인허가 지연 등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셋째,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확대가 자산 가격을 밀어 올렸다. 특히 2020~2022년 사이에 풀린 돈이 아직 시장에 남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가계대출 증가율은 10%를 넘었고, 그 중 상당 부분이 주택 구매에 사용됐다. 이런 구조적 요인들이 겹쳐서 서울 부동산은 ‘영원히 오를 것 같은’ 환상을 만들어낸다. 마치 한 번 오르면 절대 내려오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믿음이 시장에 퍼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오세훈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서울시의 주택 정책이 좀 더 공급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막판 대역전’ 오세훈, 사상 첫 5선 서울시장 새역사 썼다는 기사에서 보듯, 그는 임기 내에 공공주택 12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물론 선거 공약이 항상 지켜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시장이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은 의미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거나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수요를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런데 이런 규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작년에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했지만, 오히려 허가구역 내 아파트값이 더 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규제가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며칠 전 지방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했다. 서울로 이직을 고려하는데, 아파트를 사야 할지 월세를 살아야 할지 고민이라는 얘기였다. 친구는 30대 중반이고, 부인과 아이 하나가 있다. 현재 지방 광역시에서 4억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서울로 가려면 최소 10억원은 더 필요하다고 했다. 대출을 받아도 한계가 있고, 월세는 매달 200만원이 넘는다. 결국 친구는 이직을 포기했다. 이게 현실이다. 서울의 집값이 인구 이동을 막고, 결과적으로 지방의 인구 감소를 가속화한다. 악순환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지방 광역시 중 일부는 2040년까지 인구가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서울과 경기는 인구가 유지되거나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이쯤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을 짚어보자. 고속도로가 막히는 현상과 서울 집값 상승은 사실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문제 말이다. 사람들은 일자리와 교육을 위해 서울로 모이고, 그 수요가 집값을 밀어 올리고, 집값이 비싸니 지방에서 서울로 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대신 명절에만 대이동을 한다. 이 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정부에서 혁신도시를 만들고,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노력을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하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된 혁신도시 사업은 일부 지역에서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서울과의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로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들 중 상당수는 자녀 교육 문제로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서울의 교육 인프라가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인적으로는 지방 생활에 만족한다. 공기도 좋고, 사람도 덜 붐비고, 집값도 부담이 덜하다. 대신 서울의 문화 인프라를 누리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요즘은 온라인으로 웬만한 건 다 해결된다. 그리고 가끔 서울에 출장 가면 그 활기를 느끼는 것도 나름대로 즐겁다. 다만,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무언가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집값을 잡는 것을 넘어서, 지방의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방 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우수 기업이 지방에 공장이나 연구소를 설립하도록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원격 근무가 보편화된 요즘, 서울에 얽매이지 않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단기적으로는 서울 집값이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금리가 인상되고, 경기가 둔화되면 거래량이 줄고 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부터 몇몇 지역에서는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상승 압력이 크다. 인구는 계속 서울로 쏠리고, 공급은 제한적이다. 게다가 서울의 주택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주택의 실수요 비율은 60%를 밑돌고, 나머지는 투자 수요로 추정된다. 이 투자 수요가 가격을 더욱 부추긴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이 긴 차량 행렬은 언제쯤 줄어들까?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좁혀지면 명절에도 고향 가는 길이 덜 막힐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게 이 블로그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도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기며,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아침에 출발할 때는 맑았던 하늘이 오후가 되면서 흐려지기 시작했다. 비가 올 것 같다. 고속도로는 여전히 정체이고, 내비게이션은 도착 예정 시간을 계속 늦추고 있다. 그 와중에 라디오에서는 현충일 특집 방송이 흘러나오고, 잠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모두가 잠시 멈춰 묵념하는 순간, 차 안의 정적이 무겁게 다가왔다. 우리가 왜 이 길을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